시놉시스
과거는 끈질기다. 우리는 영화에서 과거라는 시간이 얼마나 무서운 위력을 발휘하는지 본다. 죠엘 슈마허 감독의 이라는 영화를 기억하는지? 죽음을 경험한 의학도들이 지난 시절의 죄의식을 ‘현실’로 마주하게 되는 줄거리였다. 어쩌면 과거보다 그것을 기억하는 사람들 심리가 더욱 공포스러운 것은 아닐는지. <이도공간>은 심리공포물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망각이라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함으로써 고통을 겪는다. 얀은 죽은 자의 환상을 본다. 심리학자인 짐은 얀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려 한다. 짐은 그녀가 한때 자살을 기도한 적이 있으며 과거의 경험으로 계속 힘든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짐과의 관계를 통해 얀은 차츰 과거의 덫에서 벗어나고 둘은 사랑하게 된다. 그런데 상황은 급변한다. 이번엔 짐이 죽은 자를 보기 시작하는 것. 어두운 기억들이 짐의 머리에서 새롭게 뿌리를 내린다. 은 초자연적 공포와 심리공포의 세계를 자유롭게 뒤섞는다. 영화 초반부에 얀은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하는데 그녀가 쳐다보는 곳엔 귀신이 있다. 에선 물과 거울 모티브가 중요하다. 죽은 자들을 만나는 사람은 물과 거울을 통해 공포와 조우하게 되는 것이다. 연출자인 나지량 감독은 시나리오 작가로 알려졌는데 그가 시나리오를 쓴 영화로는 과 등이 있다.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에 참여한 에서 나지량은 특유의 스토리텔링 솜씨를 과시한다. 남녀의 사랑이야기와 중국 전통의 초자연 현상에 대한 관심, 그리고 인간 내면의 내밀한 부분에 대한 탐구까지. 배우 장국영의 최근 모습을 만날 수 있다. (김의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