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예지자와 정신분열증 환자의 차이는 무엇일까? 광인과 영웅의 차이는? 판타지와 현실을 가르는 것은? 경계는 무한히 모호해질 수 있으며 이 영화의 의의는 명백한 경계선을 철저히 거부하는 데 있다. 그리고 그 효과는 놀랄 만큼 강렬하다. 이 대담무쌍한 영화를 통해 유망한 신예 리처드 켈리(각본/감독)는 십대영화 장르를 신지평으로 끌어올려, 레이거니즘이 지배하던 80년대 미국 중산층의 황폐한 심리와 도덕적 위선의 치명적인 진부함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작가를 꿈꾸는 상상력 풍부한 한 소년의 성장은 이 시공 속에서 목숨을 건 시련이 된다. 영민한 켈리는 도니 다코를 필립 K. 딕에 의해 부활한 홀든 컬필드()라 했는데, 여러모로 정곡을 찌르는 묘사가 아닐 수 없다. 켈리는 MTV의 적자다. 영화의 기술적 성취는 불꽃놀이처럼 현란하다. 배경에 흐르는 ‘Tears for Fears’의 노래가사들은 고전비극의 코러스처럼 중차대하게 취급된다. 특수효과는 서사에 착 달라붙어 자유자재로 구사된다. 하지만 는 얄팍하지 않다. 켈리는 시각적 이미지로 깊이 있는 사유를 하고 유효하게 전달하는 능력을 갖춘 세대의 대표주자며 그것은 대단한 업적이다. 실험을 두려워하지 않은 드루 배리모어를 비롯 - 인상적인 카메오 출연도 눈여겨보길 - 제작자들의 용기 또한 훌륭하다. 영화는 불길한 가위눌림처럼 천천히 흘러가다가 돌연 폭발적인 엔딩으로 치닫는데, 가 무색하게 혼란스러운 결말의 반전은 쉽게 가시지 않을 정서적 여운을 남기며 우리를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과연. 도니 다코가 세계를 구한 영웅이 아니라고, 누가 감히 말하겠는가. (김선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