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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영화제
1997(1회)~2022(26회)
월드판타스틱시네마
권영철
Korea2009 85 min HD C World Premiere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한적한 들판을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던 차가 처참하게 뒤집어진다. 그리고 한 남자가 피투성이가 된 채 기어나온다. 그는 주섬주섬 피 묻은 손으로 돈가방을 챙기며 광기와 탐욕에 눈을 희번덕거린다. 이 첫 장면이 주는 섬뜩한 감흥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섹스와 폭력, 그리고 다량의 피로 점철된 <나쁜 놈이 더 잘 잔다>는 돈을 둘러싼 밑바닥 인생들의 불운한 운명을 다루고 있는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 윤성을 비롯한 세 명의 청년들은 폭력, 범죄와 매춘 등 우리 사회 밑바닥의 진흙탕에서 뒹굴며 산다. 교도소에 복역 중인 아버지가 진 빚에 시달리며 어린 두 동생을 추스려야 하는 윤성은 되는 대로 세상을 살고 있는 나머지 두 청년보다는 좀 더 나은 삶을 꿈꾸지만, 돈이라는 이름의 악마는 윤성을 끊임없이 낭떠러지로 몰고 간다. 영화 속에서 돈은 모든 비극의 시작이고, 또 끝이며, 이 영화에서 그려내는 세계는 돈 없고 빽 없는 젊은 인생들이 겪을 수 있는 상상적 지옥의 집합체다. 이 세계 안에는 가족애, 우정, 사랑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배신과 협박, 살인과 무자비한 폭력만이 존재하는 어두운 세계 속에서, 영화는 누구든 인생의 승자가 되려 하면 할수록 나락으로 빠져드는 무력한 자본주의의 꿈의 말로를 보여준다. (최은영)
KWON Young Chul
영화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2007)의 조감독 출신. 디지털 단편영화 <룬트베르크 302>(2004)로 2004 마이애미 국제단편영화제에 초청되었고, 직접 집필한 시나리오 <나쁜 놈이 더 잘 잔다>(2009)는 그간 다져온 그의 영화 공력이 잘 묻어나는 인상적인 데뷔작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