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대학생인 시오리, 케이타, 마호 세 사람은 귀신이 들린다는 소문으로 유명한 시 외곽의 아파트 단지를 호기심에 찾아간다. 버려진 폐허일 거라 생각했던 곳에는 아직 주민들이 여럿 살고 있었고, 세 사람은 이곳에 머물며 나름의 조사를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유령의 소행이라고 볼 수 밖에 없는 기괴한 심령현상과 돌발적인 죽음을 목격하고 혼돈에 빠져든다.
일본 영화에는 독특한 호러의 장르적 전통이 있다. 공간은 제한되고, 그 안에 처한 인물은 불길한 초현실적 현상 내지 존재와 마주해 파국을 맞는다. <아파트 N동>은 도시 전설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지곤 하는 현대 일본 호러의 한 경향을 대변해준다. 2000년 기후 현의 아파트 단지에서 일어난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영화는 여러 곳에서 B급 무비 특유의 허술하고 거친 면면을 드러내지만, 장르의 규칙을 따르면서도 소멸해가는 지역, 일본 사회에 감도는 허무와 집단주의의 미묘한 공기 등 사회정치적 현실을 반영하는 나름의 작가성을 드러내고자 한다. (조재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