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연구실 조교로 일하는 대학원생 정구는 취업이 쉽지 않다. 고등학생 시절 사제 폭탄을 만든 경험 때문에 소년원에 갔던 이력이 늘 그의 인생에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비밀리에 사제 폭탄을 만드는 정구는 사람들에게 무작위로 폭탄을 보내며 자신의 폭탄을 터뜨려주기를 바라지만 사람들은 무시한다. 그런 정구의 눈에 매사 불만에 가득 찬 대학생 효민이 들어오고, 정구는 효민에게 폭탄을 보내면서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어린 나이에 분노 표출의 방식이 거세된 남자에게 분노는 더 큰 독이 되어 돌아온다. 그렇게 쌓여만 가는 분노는 결국 그의 본성까지 잠식한다. 폭탄이라는 직관적인 소재를 통해 캐릭터의 변화하는 감정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이 작품은 '들개'라는 제목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캐릭터의 본성을 절묘하게 표현한다. 야성을 놓고 인간들에게 적응하려는 들개, 인간들 사이에서 야성을 잃지 않는 들개. 인간들이 지배하는 아수라장 속 들개의 생존기는 고독하고 처연할 뿐이다. (이정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