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부동산 중개인 에구치는 어느 날 고객에게 오래된 집을 보여주던 중 여자 귀신과 마주치는 기묘한 일을 겪는다. 오래 전 그 집에 살던 부부가 강도에게 살해당한 사실을 알게 되는 에구치. 그 일이 있은 후 에구치의 아내는 집을 나가고 에구치는 아내가 집을 나간 이유를 알 수 없어 괴로워한다. 아내의 가출 이후 모든 것을 잃은 에구치는 건물해체 전문 업체에서 일하게 되고 동료 직원 후지코에게 점점 빠져든다. 그러나 그녀를 원할수록 그의 평온한 삶을 뒤흔들었던 여자 귀신이 다시 그의 곁을 맴돌기 시작한다.
야마노우치 다이스케 감독의 특기는 에로에 호러, SF 등 장르 영화의 색깔을 잘 입히는 것이다. 파격적인 설정과 하드고어한 연출로 유명한 데뷔작 <붉은 밀실의 방>(1999)부터 보여준 감독의 장기는 이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주인공의 주위를 맴도는 여자 귀신, 누구에게나 친절한 남자의 드라마틱한 변화 끝에 마주하는 충격적인 결말 등 곳곳에서 호러 영화의 미덕을 보여준다. 물론 10분에 한 번씩 등장하는 섹스씬을 통해 핑크 무비의 기본 역시 잊지 않는다. (이정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