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여성 펑크 록 밴드 멤버들은 술집에서 공연하는 도중 동네 불량배들과 한바탕 싸움을 벌인다. 그리고 그들의 고장 난 밴을 고쳐주겠다는 행인의 자동차 수리점에서 밤을 보낸다. 잠에서 깨자마자 그들은 그곳이 자동차 수리점이 아니라 부서진 자동차들로 만들어진 경기장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멤버들의 사지는 절단되고 기계 부품이 사지를 대신한 채, 그들은 현대판 검투사로 바뀐다. 피에 굶주린 마을 사람들과 ‘황제’라는 이름의 지역 독재자에 둘러싸인 그들은 탈출 수단을 찾으려고 애쓰는 가운데, 경기장에 내던져지면서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잇따른다.
2009년에 <스위트 카르마>를 제작한 이후, <혈투의 여전사>는 앤드류 T. 헌트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이다. 1980년대 디스토피안 액션 스릴러에 바치는 헌정 작품인 이 영화는 폐차장을 배경으로 진정한 종말론적 분위기와 긴장감을 불러오고, 연속으로 이어지는 싸움 장면은 정교하게 짜여서 설득력과 짜릿함을 제공한다. Ms. 45 라는 펑크 록 밴드 멤버들은 육체적으로 힘든 배역을 훌륭히 견디며 영화 전반에 걸쳐 긴장감과 아름다움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혈투의 여전사>는 폭력과 잔인함이 난무하는 B 급 액션 영화 팬들을 위한 선물이다. (남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