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호접지몽 혹은 장주지몽이라는 말만큼 꿈의 서사를 잘 드러내는 것이 어디 그리 흔할까. 자아와 세계의 경계가 흐트러지는 이런 도가적 인생관은 이 광수의 [꿈]을 영화화한 신상옥 의 [꿈]에 이르러 불교적 톤으로 바뀐다. 그리고 불교의 세계로 끌려 들어가면서 장주지몽 의 탈경계적 깨달음은 현실과 꿈이라는 보다 명확히 이분화된 것으로 바뀐다. 그래서 중 조신(신영균)이 등장하는 신상옥의 [꿈]은 현실,꿈 그리고 현실로의 복귀라는 좀 단순한 방 식으로 구조화 되어있다. 삼국시대, 젊은 중 조신은 달래(김혜정)를 본 후 지옥에 떨어지더라도 그녀와 사랑을 하 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마음을 안 조신의 스승은 그를 법당 안으로 밀어넣고 꿈을 꾸 도록 유도한다. 꿈에서 조신은 달래와 야반도주해 아이 셋을 낳아 기르는 선남선녀의 생활 을 이룬다. 그러나 딸을 성폭행하려는 자신의 동반이었던 중을 살해하게 된다. 그리고 달 래의 결혼 상대자였던 화랑에게 쫓기면서 아들을 잃는다. 그 화랑이 자신의 목을 베는 마지 막 순간 꿈에서 깨어난 조신은 마침내 달래를 포기한다. 꿈이라는 장치는 여기서 불가능한 욕망을 해소하고 치유하는 것으로 사용된다. 불교가 전래된 삼국시대를 시간적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동일한 주연 배우들이 등장하는 [천년 호]와 더불어 불교의 오욕칠정 중 색욕의 생지옥을 환상 구조 속에서 제기한다. 그러나 그 환상 구조로 들어가는 순간이나 빠져나오는 계기들이 너무 명확하게 처리되어 있어 긴장감 과 망서림이 떨어지는 것은 영화의 약점이다. 그러나 영화의 초반부, 법당의 여러 창으로 떨 어지는 햇살을 이용한 조명이나 자연 풍경등은 신상옥의 솜씨를 짐작케 한다. (김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