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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애니멀The Big Animal

예르지 스투

Poland2000 75min 35mm B&W

시놉시스

"여보, 저기 문간에 서 있는 게 뭐죠?" 조그만 도시에서 평범한 일상을 이어가던 아이 없는 중년 부부 사비츠키씨 내외의 삶은 상상도 못한 '불청객'을 맞아들인 어느날 밤,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시작한다. 사려 깊은 눈매와 거동을 갖춘 '손님'은 서커스단 일행에서 뒤떨어진 커다란 쌍봉 낙타. 사비츠키씨와 그의 아내는 낙타를 입양해 먹이고 말을 걸고 나란히 산책하면서 점점 삶이 아름답다고 느끼고, 그 행복을 오래 간직하기를 열망하게 된다. 그러나 마을의 주민들은 점점 사비츠키 내외와 낙타의 동거를 간섭하고 침해한다. 몇몇은 낙타를 이용한 돈벌이를 궁리하고 누군가는 관료주의를 발동하고 또 다른 이는 아프리카 병균을 퍼뜨릴 지 모른다고 수군댄다. 존경 받는 시민으로 살아왔던 은행원 사비츠키 내외는, 낙타를 둘러싼 공동체의 요구와 타협을 거부함으로써 공공의 적으로 소리없이 낙인 찍힌다. 시의회에 불려나간 사비츠키 씨는 󰡒원치 않는 센세이션, 쓸모 없는 가축󰡓이라는 아우성 속에 조용히 회의장을 빠져 나온다. 
< 빅 애니멀 >은 전쟁이나 종교적 박해가 아닌 낙타 한 마리와 외로운 부부의 관계를 통해 불관용의 속성을 관찰한 우화다. 폴란드 크라코프 드라마 아카데미 출신으로 아그네츠카 홀란드,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안제이 바이다 영화의 배우로 활동하다 1994년부터 메가폰을 잡은 예르지 스투 감독(54)은 친구 키에슬로프스키의 각본으로 이 우아한 중편을 만들었다. 안으로 빗장 걸린 소읍의 공기를 포착한 흑백 촬영, 감정을 잡아 늘리지 않는 절제력, 동물의 순수와 기품을 잘 살려 유니콘과 같은 신화적 아우라를 낙타에게 부여한 연출도 돋보인다. 사랑으로 말미암아 빚어지는 소외에 대해 명상하게 하는 흑백의 동화다. (김혜리)

감독

예르지 스투

Jerzy Stuhr

폴란드 출신의 배우 겸 감독. 47년에 출생했으며, 71년부터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 영화에서는 아그네츠카 홀랜드, 크쥐시토프 자누쉬, 안제이 바이다,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등 폴란드의 거장이라 할 만한 감독들과는 모두 작업을 해본 베테랑 배우다. 94년에 감독으로 데뷔했으며, < 빅 애니멀 >은 4번째 연출 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