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1947년 처음 상영회를 갖기 시작한 회원제 영화클럽 ‘Cinema16’을 설립, 운영한 에이모스 보겔과 당시 그의 활동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영화는 다다이스트인 한스 리히터가 미국에서 만든 체스영화 을 연상시키듯 두 사람이 체스를 두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온 두 사람, 독일 출신의 한스 리히터는 미국에서 실험영화 제작의 기반을 다졌고, 오스트리아 출신 에이모스 보겔은 실험영화의 보급에 힘썼다는 데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 흑백의 체스판처럼 줄 그어진 횡단보도를 건너 에이모스 보겔은 공원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자유의 여신상(프랑스에서 건너온) ‘전복으로서의 영화’ 타이틀은 외국, 특별히 유럽에 기반을 둔 문화가 할리우드를 전복시키는 느낌을 그대로 전해준다. 영화는 보겔의 개인사에서 시작한다. 하나 둘 기억을 풀던 그는 기억의 방에 불을 켜고, 그 기억을 한웅큼 펼쳐낸다. 폴 크로닌은 자신의 목소리 대신 아방가르드 영화사가인 스콧 맥도널드의 목소리를 통해 시네마16을 객관화시켜 낸다. 시네마16은 미국 독립영화, 실험영화의 생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움직임 중 하나였다. 잘 다듬어진 상품만이 있던 미국 사회에 존재 자체만으로도 힘을 가지고 있는 ‘적절한 이미지’들을 소개한 의미 있는 활동이었다. 그리고 그 영향력은 지금껏 이어지고 있다. 이 영화에서 두가지 아쉬운 점은 ‘전복으로서의 영화’를 다루면서도 영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형식적인 ‘전복’적 요소가 없다는 것, 그리고 직접적으로 보여지는 시네마16의 현재적 의미(물론 영미의 관객들은 이미 그 존재 가치를 알고 있어서 안 넣었을 수도 있겠지만)의 부재이다. 그나마 존재하던 서울아트시네마마저 없어질 위기에 처한 한국 사회에 ‘적절한 이미지’를 제공해줄 한국의 시네마16은 언제나 등장할 수 있을지… (박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