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여러 단편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싱가포르의 필름메이커 위리린의 첫 번째 장편영화는 싱가포르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풍자적이면서도 애정이 넘치는 드라마이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도시국가 싱가포르는 무역과 교류의 중심지로 거대한 건물과 쇼핑몰이 도시의 전경을 지배한다. 미로처럼 깔린 쇼핑몰 사이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어디서나 쇼핑을 즐기며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 교육, 문화, 사교의 모든 행동이 하나의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싱가폴에서, 사람들은 언제나 쇼핑중이다. 영화는 쇼핑을 즐기는 40대의 여성 클라라와 그녀가 다니는 옷가게의 직원, 그녀가 우연히 만나는 남자, 쇼핑몰을 놀이터 삼아 다니는 소녀와 게임에 빠진 청년들을 등장시켜 풍요하면서도 허전한 그들의 심리적 기아상태를 추적한다. 카메라를 통해 느껴지는 감독의 시선은 풍자적이면서 연민에 가득 차 있다. 과장되지 않고 담담하게, 때로는 애정 어린 화면으로 영화는 관객들을 싱가포르의 중심지로 이끈다. 그곳은 쇼핑몰의 윈도우가 화려하게 반짝이는 공간이 아닌, 언제나 사랑하고 잃어버리며 다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마음의 한 구석이다. 대도시의 생활에 익숙한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위 리 린이 인도하는 21세기의 대도시로의 여행에 한번쯤 동참할 가치가 있다. (권용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