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우슬라 감독과 배우 캐이시 모텟 클라인은 2008년 영화 <홈>에서 처음 만난 이후 세편의 극영화와 한 편의 단편 다큐멘터리를 함께 해왔다. <소년범의 일기>는 서로의 성장을 함께 해온 감독과 배우의 각별한 관계가 서사 속에 짙게 새겨진 영화다. 벤저민(캐이시 모텟 클라인)은 아버지의 옷장에서 발견한 권총으로 부모님을 살해한다. 살해 직전, 벤저민은 며칠간 작성한 범행 일지 원고를 학교 불어 교사 에스더(화니 아르당)에게 우편으로 부친다. 에스더는 학생 들에게 자신의 내밀한 어둠을 마주 보고, 이것을 기록한 일기를 다른 학생과 나누도록 독려해왔다. 영화는 자신의 어두운 욕망을 마주하는 예술적인 행위가 범죄의 실행으로 나타났을 때 마주하게 되는 딜레마를 다룬다. 사건 이후 벤저민과 에스더가 맺는 위태로운 관계는, 감독 우슬라와 배우 캐이시의 관계를 환기하는 측면이 있다. 소년범을 연기하기 위해 내면에서 어두움을 끌어내야 하는 배우와, 이를 독려하면서도 배우가 자신의 캐릭터에 너무 빠져들지 않도록 통제해야 하는 감독의 위치가 이야기의 구조와 인물의 심리 궤적 속에 녹아 있다. (김소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