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외계 존재에 의해 마을 사람들이 장악되어 하나둘씩 인간성을 잃어간다는 이야기. 윌리엄 캐머런 멘지스의 1953년 영화를 리메이크 했다. 원작이 냉전 시대를 배경으로 한 전형적인 B급 SF라면 후퍼의 버전은 호러 요소를 좀 더 가미했고 외계인은 더욱 기괴해졌으며 스펙터클 역시 강화되었다. 이것은 호러 장르를 어떤 알레고리로 사용하지 않고, 장르 그 자체가 지닌 오싹한 쾌감에 충실하려는 후퍼의 세계관이 잘 드러난 대목. 괜한 암시나 불필요한 설명 없이, 후퍼의 호러는 거두절미하고 정공법으로 관객에게 들이댄다. 일상적 공간이 무너지며 갑작스레 크리처가 등장하는 설정은 그의 인장이다. 어쩌면 후퍼의 마지막 ‘괜찮은 작품’일 듯. 개봉 당시 흥행과 비평에서 모두 실패했지만, 이후 컬트로 추앙 받았다. (김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