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쫓고 쫓기고 쫓는다. 김지운 감독의 야심찬 만주웨스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캐릭터, 액션, 플롯 모두 고삐를 한시도 늦추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내달린다. 제국열차 안의 직선적 스펙타클로 시작해 귀시장에서 뷔페식 액션을 펼쳐놨다가 대평원에서 ‘Don’t Let Me Be Misunderstood’와 함께 대규모 추격전으로 뻗어나가는 호쾌한 질주의 영화다. 모두를 하나의 지점으로 모으는 종착역은 무엇이 있는 진 알 수 없으나 모두가 욕망하기에 반드시 무언가 있으리라 믿게 만드는 지도다. 지도는 모든 욕망을 좌표로 이끌지만, 솟아오르는 석유의 의미를 모르는 이들에겐 텅 빈 표지일 뿐인 아이러니를 낳는다. 오인된 맥거핀의 자리를 채우는 건 캐릭터의 팽팽한 힘이다. 놈들은 누가 최고인지 가리자는 창이(이병헌)의 제안대로 서로를 겨냥한다. 장총을 든 카우보이의 근사한 현신 도원(정우성), 사이버펑크 스타일의 비장한 악인 창이, 임기응변으로 상황만 모면하면서 제일 앞서가는 태구(송강호)는 클라이맥스까지 밀도 높은 서스펜스를 견인한다. 직선으로 달음박질치면서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혼종과 혼돈의 에너지가 표표히 흐르는 영화다. 수정주의 웨스턴에 근원을 둔 ‘놈놈놈’의 세계에서 절대 악이란 없고, 선도 악도 아닌 이상한 모호함이 답을 쥐고 있으니 말이다. (이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