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노트
백승기 감독은 <숫호구>(2012) <시발, 놈: 인류의 시작>(2016) 등 한국영화계에서 C급 영화의 외길(?) 인생을 걷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작 <오늘도 평화로운>은 ‘평화로운’ 제목만 놓고 보면 꽤 평범해진 듯한 인상이다. 오프닝도 그렇다. 영준(손이용)이 ‘평화로운’ 음악에 맞춰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영위하고 있다. 그것도 잠시, 짝사랑하는 연기 지망생 지나(박지나)를 자신의 영화에 캐스팅하겠다고 시나리오를 쓸 목적으로 중고 맥북을 사기 위해 거래했다 사기를 당한다. ‘평화로운’은 이제 안녕, 보이스 피싱단을 잡기 위해 영준은 혈혈단신 중국으로 향한다. 아니, C급 영화의 스케일이 왜 이렇게 커!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누구나 눈치챌 수 있는 인천의 차이나타운을 여기가 중국이다, 뻔뻔하게 밀어붙이는 식이다. 속된 말로, 똥배짱의 감성은 C급 영화 주제에 하늘에 드론을 띄워 옥상에서 펼쳐지는 액션씬을 촬영한 장면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된다. 영화의 엔딩크렛딧에 맞춰 흘러나오는 NG 장면은 이들 제작진이 현장에서 유쾌하게 촬영했음을 보여주는데 관객은 ‘평화로운’ 객석에서 재밌게 감상하시면 되겠다. (허남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