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 공포영화 제작 열기를 가져온 기념비적인 작품. 박기형 감독의 <여고괴담>은 우스갯소리로 주고받던 "도시 괴담" 이야기를 차용, 이를 진지하게 풀어내며 공감대를 형성했다. <여고괴담>의 소재는 단순하다. "오랫동안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이 있다"는 아이템은 한국의 비정상적인 교육 현실과 결합하며 무시무시한 공포로 승화된다. 영화는 "늙은 여우"라는 별명의 선생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시작된다. 누가? 왜? 늙은 여우를 살해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과 연속된 살인 사건!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안타까움과 슬픔이 몰려온다. <여고괴담>은 도시 괴담에 추리물의 성격을 가미해 이야기를 발전시켜 나간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한국 교육 현실의 어두운 면들을 보게 된다. 익히 보고 경험했던 지옥의 풍경이다. 학교를 무대로 9년 전 죽은 학생이 귀신으로 떠돈다는 설정은 의미심장하다. 흥미로운 이야기와 신인 배우들의 풋풋한 매력, 으스스한 공포가 여운을 남기는 <여고괴담>의 존재는 특별하다.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이 영화는 한국 공포영화 제작 붐을 일으키면서, 최초의 시리즈로 발전하는 성과를 올렸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암담한 교육현실은 단순한 괴담이 아닌 지독한 현실적 공포다. (김종철)